결국 금강산 골프장 포기한 아난티…이중명 회장 '눈물의 손절'

입력 2022-04-12 16:13   수정 2022-04-12 16:24


2004년 여름 어느날, 이중명 에머슨퍼시픽(현 아난티) 회장 일행이 북한 개성 남서쪽, 구릉이 완만하게 펼쳐진 ‘골프장 예정지’에 도착했다. 서울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새벽에 출발해 약 4시간이 걸린 출장이었다. 이날 이 회장은 일생 최대의 결단을 내렸다. 자금난에 몰린 현대아산을 대신해 금강산 골프장 건설을 완료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개성 골프장까지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낸 것이다.

아난티가 12일 금강산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측의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실상은 ‘눈물의 손절’에 가깝다. 전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금강산 관광특구 내 아난티의 골프&온천 리조트에 대한 철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경협주로 분류되기 싫다"
아난티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다. 현대아산과 함께 통일부에 남북협력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북한에서 각종 개발사업을 할 때 직접 북한 당국과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아난티는 현대아산으로부터 금강산 관광특구 내 대지 168만5000㎡에 대한 토지 이용권을 재임대받아 골프장 등을 개발했다. 1998년부터 50년 기한이다.

2004년 12월 착공해 2008년 5월 개장한 금강산 골프장&리조트는 투자비만 7500만달러(약 92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난티의 모든 자산은 개장 두 달여 만에 폐쇄됐다.

아난티가 이날 발표한 내용은 금강산 내 골프장과 리조트 등의 자산(지난해말 기준 507억원)을 손상 처리한다는 것이다. 손상 시점을 언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손상액은 영업외손실로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아난티가 대북 사업을 할 수 있는 ‘면허’까지 반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티 관계자는 “통일부 등 정부와도 관련된 사안이라 반납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48년까지 남아 있는 사업 면허를 굳이 반납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지난해 1월에 금강산에서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레저 플랫폼 전략으로 매출 2배 상승
아난티가 북한의 금강산 골프장 해체 소식이 나오자마자 빠른 손절에 나선 것은 상징적인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대북협력사업자라는 지위는 유지하되, 부정적인 ‘북한 이슈’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는 얘기다. 아난티는 지난해 2198억원의 매출(이하 연결기준)을 거뒀다. 전년 대비 92% 성장했다. 수익성도 개선 중이다. 2020년 31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5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아난티는 ‘레저 플랫폼’이라는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빠르게 부활하고 있다. 입지 선정부터 설계, 운영, 브랜드 관리까지 개발 전 부문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디벨로퍼, 마케팅, 호텔·리조트 운영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이다. 2017년 개장한 동부산의 아난티 코브가 대표적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현재 보유 자산이 1조3000억원이 넘고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인 상황에서 500억원 정도 되는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지속해서 손상돼왔다”며 “이번에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더 나아가 아난티가 선택한 해외에서 브랜드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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